RPA를 시작하기전에 알아야 할 4가지

RPA는 새로운 분야이기에 어떻게 시작하고 진행할지에 관한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았다. 보편적인 절차나 산출물이 없어서 프로젝트별로 그때그때 RPA 전문 회사나 전문 개발자의 역량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나는 RPA 전문가로서 이런 현실을 고려해 RPA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RPA 도입 또는 진행 절차와 수행에 대해 토론하고 보완함으로써 RPA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RPA를 도입하고자 하는 회사에 당부하고 싶은 4가지가 있다.

• 적극적으로 자동화하려는 자세
• 숙련된 설계와 개발
• 프로세스 모니터링과 분석·평가의 중요성
• 다른 IT 시스템의 적절한 지원

RPA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자세는 자동화 대상의 영역을 검토하고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다. RPA 도입을 책임지는 담당자뿐 아니라 업무 담당자의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RPA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좋다. RPA 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자동화에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다. RPA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이나 완료한 이후에도 효과를 공유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RPA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적극적으로 자동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업무를 선정했을 때 필요한 것은 숙련된 분석과 설계, 스크립트 개발이다. 이를 통해 대상 업무가 표준화되고 효율화될 수 있다. RPA는 누구나 직접 만들어서 적용할 수 있다는 말과 상충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숙련된 설계가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과 상반되는 내용은 아니다. 숙련된 설계는 현재의 업무를 로봇이 수행하는 방식에 맞게 개선하고 표준화하는 단계이다. 업무를 수행하는 주체가 바뀌었으므로 사람이 하는 방식 그대로 자동화를 구현하는 것보다 새로 업무를 분석하고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업무를 개발할 때도 숙련된 설계가 중요하다. RPA 개발을 위한 모범 사례에 따라 스크립트를 개발해야 나중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피할 수 있다. A사의 RPA를 운영할 때의 일이다. 제품의 포장 용기를 디자인해 제작 업체에 보내고, 완성품이 디자인과 일치하는지 검수하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었다. 포장 용기에 기록하는 문구 전체를 검수해야 하므로 단순히 내용을 확인하는 번거로움과 놓칠 수 있는 작은 실수의 가능성이 항상 있었다. RPA가 포장 용기의 문구를 검수하기 위해 담당자들은 매우 복잡한 엑셀 템플릿(양식이 있는 엑셀 파일로 정해진 위치에 알맞은 정보를 입력한다)을 새로 작성해야 했다. 자동화 이전에는 없었던 업무가 생긴 것이다. 담당자는 복잡한 엑셀 템플릿을 작성하느니 예전처럼 포장 용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이러한 현상을 ‘RPA 프로세스 무시’라고 표현한다. 결국 이 업무는 RPA 설계부터 다시 개발했다. RPA 개발이 미숙했던 다른 사례도 있다. B사는 네이버와 구글에서 자사의 제품을 키워드로 검색한 후 결과를 스크랩핑해 엑셀 파일에 기록하는 업무를 자동화했다. 이 RPA 프로세스는 업무 내용이 단순해 간단하게 설계되었는데, 실제 로봇이 수행할 때 성공률이 매우 낮았다. 원인을 파악해보니 RPA 스크립트가 너무 복잡하게 개발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류가 발생했을 때의 예외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수백 개의 키워드를 검색하는 동안 한 번이라도 오류가 발생하면 로봇이 실행을 멈췄다. 이 프로세스를 수정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제대로 설계하지 않으면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숙련된 설계와 개발은 설계자와 개발자의 개인적인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각 단계에서 필요한 기준과 표준 방식을 사전에 공유해 개인의 역량에 따른 차이를 줄여야 한다. RPA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RPA는 아직 자율수행(앞서 ‘머리가 없다’고 표현했다)이 되지 않는다. RPA 로봇은 예외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므로 자동화된 업무 프로세스의 수행 결과에 대한 적절한 모니터링과 오류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업무는 시간이 지나거나 담당자가 바뀌면서 변경될 수 있으므로 자동화된 프로세스의 내용도 계속 점검해야 한다. 업무 부서의 RPA 프로세스에 대한 평가를 확인해 불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다. 변경된 업무 내용이 반영되지 않으면 로봇이 수행한 결과를 사람이 다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러면 자동화의 의미가 없다.
하나의 업무를 자동화했다고 해서 RPA 프로세스를 변함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 프로세스에 대해 항상 모니터링하면서 변화를 관리해야 한다.

회사 제품의 원료를 회원으로 가입한 협회 사이트에 등록하는 업무를 자동화한 적이 있다. 이 회사의 IT 시스템에서 협회 사이트에 등록하지 않은 제품을 찾아 그 원료를 협회 사이트에 등록하는 업무였다. 협회 사이트에 한 건씩 입력하는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이 업무에서 사용하는 IT 시스템 화면에는 데이터를 엑셀 파일로 다운로드하는 기능이 없었다. 사람이 처리할 때는 한 건씩 제품 정보를 확인한 후 협회 사이트에 등록하기 때문에 전체 목록을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RPA 로봇은 사람처럼 IT 시스템에서 한 건씩 데이터를 읽어서 협회 사이트에 등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 데이터를 엑셀 파일로 다운로드하면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대부분의 RPA는 엑셀 파일로 처리할 경우 속도가 현저히 빨라진다). 담당자와 이것을 공유하고 IT 시스템에 다운로드 기능을 추가해 업무 처리 속도를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RPA는 사람처럼 IT 시스템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업무 담당자가 하던 방식대로 RPA를 구축할 수 있지만 사람이 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RPA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사람과 다르게 처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IT 시스템에 아주 작은 변화(엑셀 다운로드 기능 추가)만 줘도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IT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서 변경된 프로세스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